한 줌의 햇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밴쿠버의 가을

한 줌의 햇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벤쿠버의 가을-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여서인지 아이들은 어른들이 느끼는 계절의 스산함과는 상관없이 바쁜 계절인것 같습니다. 특히나 하이스쿨로 진학한 큰아이는 매일매일 과제물에 매달려있고 성적표가 나오기전이라서 시험도 자주보는것 같습니다.

이곳의 중고등학교는 대학생들과 똑같이 교과목 선생님에 따라서 교실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듣습니다.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에 갔을때도 학생들처럼 교실을 찾아다니며 선생님과의 면담을 가졌는데 정말 초등학교와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소개와 더불어 당연히 관심가는건 수업일정이었는데 성적을 매기는건 시험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의 수업태도와 과제물이 포함되는,즉 대학의 리포트점수 같은것, 지각 출석 여부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크지않고 카운셀링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어서 진로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상의하게 되어있습니다. 요즘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면 초등학교때와는 달리 공부면에서 많은 자극을 받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가고있는것 같습니다. 반에서 시험을 제일 잘본 사람을 호명하고 박수를 쳐준다든지, 시험성적을 계시판에 붙여놓는다든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곳사회의식을 생각해보면 참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이름을 표기하는대신 아이들의 학번만을 기재하므로 자신의 성적을 다른사람과 비교 평가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과 다른 또 하나의 다른점은 어떤과목이든 점수를 잘못받아서 이수하지 못하면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9학년이 8학년 신입생과 같은반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는데 그런걸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을뿐더러 서로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르게 느껴지는건 역시 사회적인 분위기의 반영이 아닐수 없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누구나 대학을 가기위해서 피나는 투쟁(?)을 벌이는것과 달리 이곳 학생들의 목표가 모두 대학진학에 있지는 않은것이라 할수있습니다.능력에따른 목표설정, 목표에 미치지못하는 능력, 어느것이 우선순위의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 자식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대학진학의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니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열심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훨씬 여유(?)롭고..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정말 시간적 여유가 많습니다.오후 3시면 수업이 끝나고 자기마음껏 시간활용을 할수 있으므 공부때문에 힘겨워 보이진 않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주어진 자원봉사시간을 채우느라 우리아이는 3시간동안 집집마다 다니며 빈병이나 캔을 수집했는데 학교에선 그것들을 팔아서 아프리카의 고아원같은곳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저녁늦은 시간에도 커뮤니티센터옆 운동장에서 찬바람과 상관없이 축구레슨을 받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성적과는 상관없이 운동에 귀중한 시간투자한다는걸 한국아이들은 상상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것에 대해 어떤 의견도 제시할수 없는 마음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건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식일뿐이니까.. 나 또한 내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길 원하는 한국부모이기때문입니다.
다만 아이에게 해줄수 있는건 공부는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그림에 필요한 물감이라는걸 직,간접적으로 얘기해줄뿐입니다.아무리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물감을 갖추지 못하면 어느것도 표현해낼수 없다는것을..

온갖종류의 캐릭터 복장으로 치장하고 사탕이나 초콜렛을 얻으러 다니는 할로윈도 지나갔습니다.

할로윈이 지나면 어김없이 쌀쌀한 겨울의 시작인데.. 아이들은 한바구니나 되는 군것질거리를 들고 즐거워합니다.

아이들이 참 부럽습니다.

할로윈 파티가 즐거운 아이들..

공부가 힘들지만 많은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

늦가을이 스산하지않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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