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를 위한 평화

밑둥굵은 나무와 푸르른 나뭇잎들..

한층 짙어진 유월의 녹음은 마음을 훨씬 싱그럽게 만들어주는듯 싶습니다.

달력을 보니 한국은 6월6일 현충일..

학교다닐적엔 순국선열에대한 묵념의식이 극히 의례적이었는데, 남편의 옛친구가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연으로 국립묘지를 여러번 방문한일이 있었습니다.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올라가던 언덕길 사이로 오래도록 찾는이 없어보이는 묘비들과, 하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노부부가 비석을 쓰다듬으며 땀방울을 찍어내던 모습들.. 손수건으로 찍어내던 땀방울은 곧 눈물방울이라고 느껴졌을때 비로소 전쟁의 아픔이 무엇인지 와닿았었습니다.

전쟁을 겪지못한 나의세대는 물론이고 우리아이들의 세대는 한국전쟁이 이라크전이나 소아프리카 지역의 분쟁처럼 남의 일로밖에 여겨지지않는 그것도 아주오래된 과거일뿐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는 11월에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한 Remembrance Day가 있습니다.아이들 학교에서는 해마다 작은 행사를 가지는데 부모들도 초청되고있고, 작년에 참석했던 경험은 또 하나의 새로운 느낌 이었습니다.

전학년이 모여서 각반마다 준비한 추모의 시와 노래를 발표하고 작은 스토리를 들려주었는데 연습이 많이 되지않은 어설픈것들이었지만 참 진지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는데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저마다 여럿이 함께 그려진 그림은 무엇보다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전쟁를 하고 피를 흘리는 그림과 나중에는 평화를 위해 화해하고 영원한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도하는 그림들.. 차례 차례 그림이 지나갈때마다 배경으로 깔렸던 음악은 더욱더 분위기를 고조시켰었는데 그 음악은 어느 거창한것도 아닌 비틀즈의 흘러간 팝송이었습니다. Love.. imagine..

집에서 기르던 햄스터가 죽었습니다.
동물사랑 유난한 작은 아이는 훌쩍임이 대성통곡으로 바뀌었고 다음날, 죽어있는 햄스터가 난 징그럽게도 생각되었는데 그애는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딱딱해진 햄스터 몸이 불쌍하다고 또 울었습니다.

잘가라는 편지와함께 고이 묻어주고서야 이제 안정이 된 눈치입니다.

<사랑>을 한다는건 행복과 아픔을 같이 맛봐야 한다는걸 배워가는거겠지요..
학교에서 치뤄진 Remembrance Day 행사나 순국선열에대한 묵념은 햄스터를 잃어버린 아픔보다 느끼기 힘든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겐..

하지만 한국전쟁은 우리일이고 이라크전은 남의 일이 아닌,평화와 자유를 지켜가는것은 우리모두를 위한 우리모두의 책임이라는걸 인지시켜주려는 교육정신에 지지의 박수를 보내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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