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졸업식

내 기억속의 초등학교 졸업은,
추운날씨와 더불어 느껴지는 긴장감,희끗희끗 날리던 눈발,꽃다발,많은 인파... 이런거였는데..

너무나 파란 하늘과 초록빛 어우러진 여름날에, 딸의 졸업을 맞았습니다. 불과 50여명 되는 인원이 전부였기에 조금은 초라하게도 생각됐지만 한국에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다가 이곳에 와서 잘 적응하고 졸업까지 하게된건 부모로서 맞는 기쁨중의 하나였습니다.

더우기 우리 아이가 대표로 reflection을 작성해서 낭독할때는 정말 뿌듯한 마음이었습니다.처음 학교에 들어와서 낯선 언어때문에어색했던 느낌, 차차 익숙해져간 학교생활얘기,그동안 활동했던 자원봉사활동,그리고 잊을수없는 즐거운 추억들을 잘 표현해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을- 정작 아이가 잘 해내는걸 보면 일부러 채근하지 않아도 좋았다는 만족감 때문에 행복해지는것 같습니다.

한국의 졸업식과 다른건 우등상이나 개근상이 없다는것이었습니다. 단지 2명의 학생에게 Hope of canada라는 상이 주어졌는데 그 상의 수여자는 아이들의 투표에 의해서 후보자가 추천되었고 선생님이 최종 결정을 한것이라 했습니다.
투표기준은 수여자가 얼마나 친절하고, 긍정적이고,정직하고,봉사활동을 잘했는지... 이런 항목이었습니다.

소규모의 졸업식이었지만, 그래서 뜻깊었던 부분은 아이들 모두의 사진으로 만든 슬라이드 쇼였습니다.
아이들 이름이 크게 화면으로 떠오르면서 갓태어난 아기때의 모습, 조금자란 귀여운 꼬마의 모습, 그리고 이젠 처녀티도 나는, 또 코밑에 수염이 날듯말듯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여지는 사진들... 50여명 모두가 순서대로 화면에 비춰졌을때 모든 부모들은 너나없이 흐믓했을것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5년제로 이루어진 고등학교로 진학할것이고 그곳에서 또다른 경험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겠지요..
남편은 내게 딸단속 잘해야 한다고 무지 걱정하더군요..
영어공부하러가서 선생에게 얘기했더니 질투하는거라네요..^^
난 사실 내 딸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가 좋아해줄 만큼 자랐다는 사실이 대견하게 느껴지는데...
내 아이가 딸이아닌 아들이었다면 남편과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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