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는 아이들

한국에 있을때보다 이곳 캐나다에서의 시간이 훨씬 빠르게 지나감을 또 실감하며 여름의 길목에 들어섰습니다.

이젠 나보다 훨씬 커버린 딸아이를 보며 그리고 점점 이사회에 적응되어가는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느끼며 작은 우려와 안도를 함께 가지는, 늘 이중적인 사고를 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런류의 사고는 어느누구나 갖게 되는 부모의 심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보고 쇼핑하고 또 하루밤을 같이지내는(sleep over) 딸을보며 여러민족의 아이들속에서 잘 융화되는 모습,하지만 아직은 자아성립이 덜된 나이에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며 공부에 소홀해지는건 아닐까...하는 걱정.

어제 저녁에는 이러한 우려속에 작은, 아니 커다란 행복감에 젖을수 있었습니다. 8학년에서 12학년까지 있는 딸의 하이스쿨에서 Award Celebration 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성적우수자에게 주는 우등상,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체육등 과목별 최고성적 우수자에게 주는상, 커뮤니티에서주는 상, 봉사활동이나 리더쉽이 좋은 사람에게 주는 상 등등...

6월에 졸업이 있는 12학년 아이들의 시상모습은 정말 의젓해 보였는데 밴드공연할때 멋지게 드럼을 치던 동양 학생은 성적도 매우 우수해서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까지 받았습니다. 학생회에서의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잘해서 여러개의 상을 받는 아이들, 정말 대견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지체부자유의 몸으로 열심히 학교 다니던 학생에게 특별상이 주어지기위해, 그의 이름이 호명되었을때 터져나오는 친구들의 환호성과 휘파람, 뜨거운 박수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예상대로 학습적인 부분에서의 상은 동양학생들이 많았고 스포츠나 연극등의 부문에서는 서양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인기많은 아이들은 트럼펫이나 드럼도 멋지게 연주할 줄 알고 스포츠도 즐기고 공부도 잘 하는 학생인것 같았습니다.

우리 딸 아이는 성적 우수상과 과학과목에서 전교1등상을 받았습니다. 처음 이민와서 학교들어갔을땐 나름대로의 스트레스가 있었던 탓인지 눈을 깜빡 거리거나 코를 찡긋 거리는 틱장애를 보이기도 했었는데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대견하게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 참으로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아이 역시 컴퓨터에 붙어앉아 친구들과 채팅하느라 정신없고 영화보는것 좋아하고 게다가 한국 드라마에도 푹 빠지고 밤 늦도록 소설책 보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숙제로 내준 프로젝트에도 꼼꼼하게 정성을 다하고 성적도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젠 몇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한 느낌마저도 듭니다. 빈틈없이 짜여진 학교생활을 어떻게 적응해나갔을지...

상을 받은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악수하고 포옹하며 서로를 축하해 주었고 상받는 사람의 이름이 호명되면 내지르는 휘파람과 기립박수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적어도 상받는 자리가 조금은 엄숙한 한국분위기와는 좀 달랐습니다 그리고 상받는 사람들을 위해 들러리로 박수를 쳐 주어야 하는 청중으로서의 학생들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상을 받는 학생들과 그의 부모들만의 자리였습니다.

아마도 상을 받는다는건 자신이 이룬 결과에 대한 성취감일뿐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는 아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난 자꾸만 사람들에게 자랑하고싶은 한국 엄마입니다. 아빠의 어깨에도 힘이 실렸습니다.

분명 딸아이도 성취감과 함께 더 잘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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